수백만장의 판매고, 50개가 넘는 도비상 수상에 빛나는 CCM계의 배테랑, 스티븐 커티스 채프만 "Beauty will rise" 딸 마리아를 하늘로 보내며 지난 18개월동안 슬픔가운데 작곡한 슬픔과 고뇌, 감사와 찬양, 그리고 희망의 메세지를 담은 12곡의 콜랙션 지난 2008년 5월. 중국 쓰촨성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난 순간. CCM 아티스트인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의 가족 역시 중국에 있었다. 사고가 일어난 곳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상해에 있었기에 피해는 면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채프먼은 충격적인 뉴스를 접한뒤 안쓰럽고 애통한 마음으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겨우 2주뒤 멀기만한 일 같았던 비극이 그의 가정에도 일어나고 말았다. 5월 21일. 그 날은 채프먼의 큰 아들인 칼렙의 고등학교 졸업식이기도 했고, 큰 딸인 에밀리의 약혼식 날이기도 했다. 경사스러운 일로 가득차있는 집의 분위기는 입양한 막내딸인 마리아의 자동차 사고로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친자녀 세 명 외에 입양한 세 딸 가운데 막내인 마리아는 오빠의 부주의로 차에 치였고 손쓸새도 없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음악활동 20년에 수많은 힛트 앨범, 대견한 아내와 자녀들에 사랑스러운 입양딸들까지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온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에게 그것은 비극이었고, 한편으로는 또 다른 부르심이었다. 얼마후 그는 직접 중국으로 가서 비극의 현장을 다시 보았다. 잿더미에 쌓인 도시를 보면서 막막하고 희망이 없는 그 모습 가운데서 또 다른 희망으로 아름다움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경험했고,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냄과 함께 다가온 가르침은 그에게있어 너무나도 뜨거운 경험이었다. 그의 새 앨범 [Beauty will Rise]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1987년 [First Hand]로 데뷔 이후 채프먼은 그의 음악의 본향지인 켄터키-내시빌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아메리칸 스타일에 팝적인 요소를 결합하면서 겨우 처음 두 장의 앨범으로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국내팬들도 좋아하는 그의 명곡인 "I will be Here"가 실린 [More to This Life]로 어쿠스틱한 면모를 한껏 강조하다가도, 90년대 초부터는 락적인 요소까지도 한껏 가미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와 평단의 호평도 함께 모았던 그는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내한 공연을 가지면서 국내 팬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앞서 말했듯이 세 친 자녀와 입양딸들로 대가족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2000년도 초중반의 앨범들인 [All Things New], [All about Love] 등에서 삶의 경험이 반영된 부드러운 무드의 곡들을 선보였지만, 2007년 앨범 [This Moment]에서는 다시금 강렬한 비트와 차분한 발라드의 고저를 오가는 들음직한 앨범으로 이후의 음악들에 대한 기대치도 한껏 더욱 높혔다. 하지만 청천벽력같은 마리아의 죽음은 본작 [Beauty will Rise]의 음악적 색깔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첫 싱글인 "Heaven is the Face"는 사실상 이 앨범이 어떤 느낌을 갖고 있는지를 모두 드러내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은 89년의 [More to This Life]처럼 어쿠스틱한 감성이 크게 차지하고 있지만 둔중한 퍼커션과 느릿한 느낌은 파릇파릇했던 80년대나 90년대에 비해 관조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처럼 다소 여유로운 무드를 들려준다. 아마도 타이틀 곡인 "Beauty will Rise" 정도가 본 앨범에서 만날 수 있는 빠른 비트의 상한선일 것이다. [Beauty will Rise]에 담간 가사들은 삶에 대한 의문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하나님의 계획에 대한 궁금함과 그 가운데서 조금씩 다시 돈독해지는 믿음들의 이야기다. 남의 비극일때는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들이 자신의 일이 되었을때 생겨나는 수많은 질문들, 그러나 여명처럼 조금씩 깨닫게 되는 생각들과 그 뒤안에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기억들에 대한 감사함... 그리고 믿어야 하는, 믿을 수 밖에 없는 그의 길에 대한 작은 회고들의 연속이다. [Beauty will Rise]는 마치 앨범 하나가 연이어진 느낌의 테마 앨범으로 느껴질 정도로 이런 개인적인 회고에 충실한 앨범이다. 만약 다섯살난 어린 딸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 앨범의 느낌이 달라졌었을까? 그랬을거라 확신한다. 아니, 아마 [Beauty will Rise]가 아닌, 만년총각같은 멋진 중년 싱어송라이터의 건재함을 보여줄 또다른 힘찬 앨범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백만장의 앨범 판매고, 50개가 넘는 도브상 수상에 빛나는 노장 스티븐 커티스 채프먼은 하나님이 자신을 통해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하길 바라심을 깨닫고 이 앨범 [Beauty will Rise]를 만들었다. 암담함, 두려움, 불안함의 기운이 더해지는 것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요즘의 우리 모두가 공히 느끼는 감정들일 것이다. 잿더미 가운데서도 분연히 일어나는 아름다운 은혜. 우리 역시 귀기울여봐도 좋지 않을까? CCM 컬럼리스트 / 유재혁